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누적 확진자가 4억 명을 돌파했다. 2019년 12월 중국에서 처음 코로나19 발병이 보고된 후 3억 명이 감염되기까지 2년이 걸렸는데,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 이후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해 1억 명이 추가 감염됐다. 국내 누적 확진자도 2월 6일 0시 기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전파력은 높지만, 중증화율과 사망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을 넘어 지배종이 되면서 일각에서는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의 전환을 예견하고 있다.
엔데믹이란엔데믹은(endemic)는 ‘~안에’를 의미하는 접두사 en과 ‘사람, 지역’을 뜻하는 demos에서 유래한 단어 demic의 합성어다. ‘특정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 혹은 그러한 현상’을 뜻하며 영어에서 ‘풍토병’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2020년 국립국어원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여 엔데믹의 순화어로 ‘감염병 주기적 유행’을 선정했다. 역학(疫學)적으로 엔데믹은 감염병의 전반적 비율이 증가하거나 감소하지 않고 일정한 상태, 즉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체가 감염될 개체의 수와 균형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감기, 말라리아, 결핵 등이 엔데믹에 해당한다.
다가오는 엔데믹, 일상 회복의 신호탄이미 코로나19의 정점을 찍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등 엔데믹 수준의 조치에 나서고 있다. 영국 리버풀 대학(university of liverpool)의 감염 및 국제 보건 교수 줄리안 히스코스(julian hiscox)는 2022년의 삶이 거의 대유행 이전과 같이 돌아갈 것으로 예견했다.국내에서도 엔데믹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4일 “중증화율·치명률과 의료체계 여력 등을 평가하면서 계절 독감과 유사한 일상적 방역·의료체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계절 독감’을 언급하면서 엔데믹 전환이 가시권에 접어든 것. 이에 리오프닝(경기 재개) 관련주도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엔데믹으로의 전환은 아직 미지수임에도 국내에서는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추세다.
엔데믹,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냐엔데믹으로 간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university of oxford)의 바이러스 진화 및 유전체학 교수 아리스 카츠라키스(aris katzourakis)는 "엔데믹으로 바이러스의 위험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오히려 공중 보건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데믹 단계의 질병은 널리 퍼진 동시에 치명적일 수 있다. 2020년 한 해 동안 말라리아 사망자 수는 약 60만 명, 결핵의 사망자 수는 약 150만 명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 코로나19의 엔데믹 전환이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지만, 단순히 엔데믹이라는 단어로는 다가올 코로나의 영향력을 예측할 수는 없다.2020년 말 알파 변이에서 시작해 전염성이 더 높고 강력한 델타 변이, 그리고 현재 매우 강력한 전파력의 오미크론까지, 그동안 많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했다. 앞으로도 전 세계의 다양한 조건으로 인해 더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새로운 전염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한 지역이 엔데믹에 도달하더라도 다른 지역으로부터 새로운 변이가 도착하면 평형 상태가 깨질 수 있다. 동일한 바이러스가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에피데믹(감염병 유행) 혹은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것.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대응 준비해야많은 이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힘이 약해질 것이라 기대하지만, 누구도 이를 단언할 수는 없다. 알파와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보다 더욱 치명적이었다.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아리스 카츠라키스 교수는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인류가 게으른 낙관주의를 탈피하고 코로나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힘쓰며,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